민구홍
매뉴팩처링은 독립하지 않고 운영자의 근무지에 기생하는 방식을 취한다. 회사는 숙주 회사에 소정 근로 시간에 준하는 노동력과 얼마간의 즐거움을 제공하고 운영자의 월급으로 운영비를 충당하며 숙주의 부동산, 즉 작업 공간을 비롯해 컴퓨터, 책상, 와이파이, 커피 머신 등을 이용할 기회를 얻는다. 이런 방식은 회사를 취미 삼아 순전히 개인의 행복을 위해 운영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해준다. 회사가 바라는 이상적인 운영방식은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진의 말을 인용하면 "서로 착취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이다. '피를 빨아먹는다'는 일반적 의미의 기생과 다른 점이며 이때 필요한 양분은 고객의 사랑과 관심일 것이다.
회사는 '제품'을 어떻게 규정하는가
민구홍
매뉴팩처링에게 '제품'은 일차적으로 회사를 소개하며 생산되는 부산물이다. 때로는 그 자체에서 또는 회사 밖에서 우연히 시작되기도 한다. '제품'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것은 단지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회사이기 때문이다. 만일
민구홍
매뉴팩처링이 예술가나 그와 비슷한 무엇이라면, '제품'보다는 '작품'이나 '작업'이라는 말이 조금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내게 '제품'이라는 말은 일반적이고 중립적이라는 점에서 산뜻하고, 우리를 둘러싼 시장경제의 장단점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을씨년스럽다. 나는 어쩌면 반대로 '제품'이라는 말의 이런 복잡한 매력에 가까워지고자 '회서'를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 구분은 순전히 명분과 편의를 위한 것이지 실제로는 난삽한 해시태그들에 가깝다.
회사의 제품과 민구홍이 피고용인으로서 수행하는 편집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오늘날 '편집'은 '제품'처럼 도처에 있다. 이는 아이폰의 기본 메일 애플리케이션만 실행해 봐도 단번에 알수 있다. 편집은 내용과 형식으로 맥락을 형성하는 기술이다. 나는 편집자로 일하면서 터득한 이 기술을 책이 아닌 다른 데,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내 관심사를 어떤 것으로 구현하는 데 적용해보고 싶었다.